작명하는 과정에 발음상 오행을 맞추는 과정이 있다.
이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木火土金水의 오행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며 대부분의 작명원에서는 모음의 오행은 고려하지 않더라도 자음의 오행만은 고려하게 된다.
그런데 자음의 오행구분이 훈민정음운해와 훈민정음해례본의 경우가 서로 다르다는데 문제가 있다.
역사적으로 훈민정음이 창제되어 널리 대중에 사용되다가 광해군 때에 훈민정음으로 쓰여진 온갖 자료에 대한 금서조치가 내려지고 불에 태워지는 사건이 있은 후로 훈민정음에 관한 많은 자료들이 유실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다가 1750년 신경준이 지은 훈민정음운해란 책에 자음에 대한 오행구분의 흔적을 최초로 남기게 된다.
여기에는
ㄱ,ㅋ,ㄲ은 木
ㄴ,ㄷ,ㄹ,ㅌ은 火
ㅇ,ㅎ은 土
ㅅ,ㅈ,ㅊ은 金
ㅁ,ㅂ,ㅍ은 水로 구분하여 놓았다.
이 훈민정음운해는 이 분야의 유일한 자료였으며 1938년 조선어학회에서 활자본으로 간행하므로서 훈민정음에 대한 중요 자료가 된다.

이후 1940년 훈민정음해례본이 발견된다.
이 해례본에는 훈민정음의 창제원리와 그 취지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각각의 자음과 모음에 해당하는 오행을 구분하여 놓았는데 그 내용이 위의 훈민정음운해의 내용과 차이나는 부분이 있었다.
대부분이 일치하였으나 자음 중 土와 水의 구분이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즉
ㅇ,ㅎ은 水
ㅁ,ㅂ,ㅍ은 土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발음오행을 적용하여 이름을 짓던 많은 작명가들에겐 낭패가 아닐수 없게 되었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발음오행을 적용하는 부분에서 요즘은 다음과 같이 3가지의 작명학적 견해로 나뉘는 것 같다.

제1견해-계속하여 훈민정음운해를 따른다는 견해이며 이들은
-土의 고유한 조정의 역할이나 훈민정음운해의 설명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ㅇ의 모음성-강/가앙,곡우/고구-土이다).
-많은 작명가들에 의해 지금까지 수없이 지어진 이름들이 대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수 많은 자료를 분석해 보니 ㅇ,ㅎ을 土로 보는 것이 옳은 것 같다(대구의 n작명원).
-훈민정음운해가 나온지 250년이 지나도록(해례본이 발견될 때까지 근 200년 동안) 학계에 하나밖에 없는 자료로 ㅇ,ㅎ을 土로 생각하였다면 지금쯤은 그대로 보아도 된다(관습법 개념).
-해례본의 창제원리는 그렇다고 해도 작명할 때의 오행구분은 다를수 있다(용도에 따른 오행 변화-용도에 따라서 오행을 달리 보는 견해는 얼마든지 있슴)는 주장 등을 한다.

제2견해-훈민정음해례본에 의해야 한다는 견해이며 이들은
-최초 창안자의 창제 원리와 의도가 존중되어야 하며 그 내용이 너무나 완벽하다.
-지금까지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부터라도 바른 길을 가야한다.
-진리는 두 개일수 없으며 하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제3견해-발음오행 자체를 무시한다는 견해이며 이들은
-위 두가지 견해에 흠잡을 데가 없다.
-위 두가지 견해에 대하여 작명학계에서 아직까지 통일된 견해가 없다. 따라서 견해가 통일될 때까지는 발음오행의 적용을 보류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좋은이름작명원의 자아字我는 다음과 같은 제4의 견해를 말하고져 한다.
제4견해-훈민정음운해와 훈민정음해례본의 견해를 모두 인정하여 적용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위 제1,제2의 견해에 함께 동감하니 이들 견해를 모두 수용한다.
-진리는 하나밖에 없는 것이 분명하나 어느 누가 그 하나밖에 없는 진리를 말할수 있는가？ 극단적으로 말하면 훈민정음해례본의 ㅇ,ㅎ이 水이고 ㅁ,ㅂ,ㅍ이 土라함은 진리라 할수 있는 것인가？
-주장하는 이론이 너무나 분분하여 어느 것을 취해야 할지 곤란한 경우가 아니고 한두개의 타당한 이론이 서로 크게 대립하고 있는 경우라면 버리는 것 보다는 취함이 옳다고 본다.
-통일된 견해가 없어서 피하는 것이 아니고 견해가 통일될 때까지는 두가지 견해를 모두 수용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오행을 적용하여 좋은 이름을 찾아냄이 정성을 들이는 작명가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발음오행을 적용 함이 한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던 흔적이라도 있단 말인가？ 훈민정음운해(혹은 훈민정음해례본)를 근거하여 정성을 들여 이름을 짓다가 영채로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으면 훈민정음해례본(혹은 훈민정음운해)에 근거하여 좋은 이름을 찾아보는 것이 정성의 깊이가 더할 것 같다는 이유이다.

이름을 짓는 것은 정성을 쏟는 작업이다.
근거가 되는 두가지 자료가 서로 완벽하게 같았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겠지만 같지 않음으로해서 오는 불편함은 하나를 고집하거나 모두를 버릴 것이 아니라 두가지를 고루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로 다른 오행을 적용한 이름들이 확연하게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자료를 제시하기 전에는 말이다.

**참고적으로 앞의 글 '재미나는 통계'의 이름들을 훈민정음해례본에 준해서 분석해 보니 흐름이 원만한 좋은 이름인 경우가 92명(83.6%)이며 나쁜 이름이 18명(16.4%)로 나온다. 이리하나 저리하나 나쁜 경우는 8명 뿐이고, 결과가 바뀐 이름은 10명에 불과하다. 이리해도 좋은 이름은 저리해도 좋은 이름이다. 이는 발음오행만을 분석했을 경우임은 앞에서 언급하였다.

자아字我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