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이름은 가라! 펀한 이름이 뜬다
2010년 5월 14일 한국일보, 김소연 기자.

스피드의 시대. 첫 인상으로 상대방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매력을 발산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요즘이다. 제품도 마찬가지. 소비자와의 첫 대면을 결정짓는 제품명으로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렵다. 이를 마케팅에 적극 반영하는 곳이 유통업계다. 경쟁이라도 하듯 독특한 이름으로 시선을 끄는 제품이 부쩍 눈에 띈다.

이색 이름 짓기, 즉 '펀 네이밍'이 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신기능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생활용품 분야에서는 제품이 기능이나 성분을 제품명에 강조한 케이스가 많아졌다.

LG생활건강이 지난달 출시한 '죽염 호랑이풀 치약'은 구강질환 예방의 장점을 알리고자 하는 의지를 이름에 담았다. 이 제품의 주 성분인 센텔라아시아티카는 상처 치유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업체측은 효능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명이 적힌 포장에 '격렬한 싸움이나 사냥 후에 호랑이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스스로 뒹굴었다는 일화에서 호랑이풀이라는 이름이 유래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CJ라이온의 세탁 세제 브랜드 '비트'는 제품의 용도를 제품 이름에 그대로 적용한 케이스다. 셔츠 깃이나 소매 등에 사용하는 부분 세척제는 '바르는 비트', 실내에서 빨래를 말릴 경우 발생하는 퀴퀴한 냄새를 없애주는 세제는 '비트 실내건조'다.

식품ㆍ외식업계 역시 추상적인 제품명보다 메뉴의 내용을 설명하는 친절한 이름이 대세다.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에서 최근 선보인 어린이 전용 제품은 이름만으로도 제품의 모양이나 성분까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오렌지를 머금은 호랑이빵'은 오렌지크림과 슈크림을 넣은 빵으로, 호랑이해를 기념해 호랑이의 얼굴을 빵 위에 표현했다. '시금치와 완두콩 친구'는 시금치를 넣은 빵에 완두 앙금을 넣었다.

풀무원이 지난달 말 내놓은 냉동면 역시 친절한 제품명의 대표적인 사례다. '큼직한 야채와 돼지고기가 씹히는 중화 짜장면', '푸짐한 야채와 해산물이 살아있는 중화 짬뽕' 등 4종이다.

그런가 하면 친근함도 식품업계가 네이밍에 적극 활용하는 강력한 무기다.

남양유업은 젊은 소비자들이 제품에 애칭 붙이기를 선호하는 점에 착안했다. 최근 출시한 아기 전용 요구르트 '떠먹는 불가리스 베이비'는 '떠불 베이비'라는 별칭으로 광고ㆍ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므라이스 전문 레스토랑 오므토토마토는 지난 3월 한국방문의 해와 월드컵 이슈를 고려, '국가대표' 별칭을 단 런치 메뉴를 선보였다. '코리안 파워 갈비 오므라이스'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메뉴, '베를린 롤 소시지 오므라이스'는 독일 대표 메뉴로 설명하는 식이다.

또 지난달 롯데제과가 출시한 '오!바'(Oh! Bar)나 동서식품의 아이스티 '티오'의 경우는 별 다른 설명 없이 감탄사 '오!'를 넣음으로써 친근함을 극대화시키고자 했다. "알파벳 오(O)로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감탄사 'Oh!'를 넣어 마셨을 때의 느낌을 강하게 나타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동서식품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이 끊임 없이 쏟아지는 만큼 소비자의 뇌리에 확실하게 제품의 장정을 남기기 위한 노력이 독특한 이름 짓기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마케팅에서 네이밍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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