從한다는 것은 쉽게 변절한다(본래 가지고 있던 마음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化하여 이전의 내가 아닌 전혀 다른 또하나의 내가 됨이 아니라, 나는 그대로인데 내 마음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따르는 것이 좋은 사람도 없다고는 할수 없겠으나 따르는 것이 참으로 싫은데도 할수 없이 따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을 眞從과 假從으로 달리 말하기도 한다지만 어찌됐건 從하는 입장에서는 착잡하지 않을수가 없을 것입니다.
從'은 그저 따름이니 나의 존재를 내세울수가 없습니다. 나의 주장이 없습니다.
좀 지나치게 표현하면 나(주체자)의 입장에서 '從이라는 말 속에는 굴욕'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從과 化는 크게 다른 것입니다.
왜 그렇게(변절) 할까요？
그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내가 편하기 때문입니다.여기에서의 '조금이나마'라는 말은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말입니다.

적천수에 나오는 귀절입니다.

五陽皆陽丙爲最 五陰皆陰癸爲至
五陽從氣不從勢 五陰從勢無情義 입니다.

10天干중에서 甲丙戊庚壬은 陽干이라고 합니다.
10天干중에서 乙丁己辛癸를 陰干이라고 합니다.
이들 陽干들 중에서 丙이 가장 강한 陽의 기운이며, 이들 陰干 중에서 癸가 가장 강한 陰의 기운이라는 것입니다.
陽부터 陰으로 줄세워 놓으면 丙..........癸의 순서가 된다는 것입니다.

氣란 무엇일까요？
氣란 만물을 생성소멸시키는 물질적 始原이며, 그 정신적 始原인 理와 대별되는 말입니다. 어쨋거나 여기에서는 始原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합니다. 근본 그 자체이며 쉽게 변절하지 않음입니다.

勢는 세력이며, 힘이며, 여럿이 모여서 나타나는 어떤 형태입니다.
情은 하늘에서 부여된 性이 心을 이루고, 이 心(마음)이 사물에 감응하여 발현하는 작용이니, 느끼어 일어나는 기분입니다. 한번 발현된 情은 사물이 변하지 않는 한 쉽게 변하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사물이 변하면 情도 변할수 있으며, 無情하다는 것은 사물(대상)은 변한게 하나도 없는데 내 마음에서 느끼는 기분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쉽게 상상하면 情을 주었다가 갑자기 情을 거두고 훠이훠이 떠나가는 모습입니다.
義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떳떳하고 정당한 도리이며, 절대불변의 가치이며, 상황에 따라 옷을 갈아입지 않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情과 義는 묵직하고 진득합니다. 쉽게 변하지 않으며 그 국물맛이 깊습니다. 따라서 氣와 통합니다.
따라서 氣를 따른다는 말은 가능하면 자기 본연의 기운을 지키려 한다는 말이며, 勢力을 따른다는 말은 쉽게 변절한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五陽은 가능하면 변절하지 않고 자기본연의 기운을 지키려 하고, 五陰은 참말로 무정하게도 힘센놈이 있으면 情도 없고 義도 없이 쉽게 변절할수 있다는 말임을 알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從'에 대해서 알려져 있는 내용입니다.
陽氣를 머금은 五陽은 月支를 얻든지, 月支를 얻지는 못해도 印의 도움을 받으면 從할수 없다고 합니다. 삶이 아무리 고달프더라도 자기와 같은 기운의 도움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쉽게 변절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지요. 이말을 뒤집으면 五陽도 月支를 얻지 못하고 印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면 從할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비해서 五陰은 月支를 얻었다해도 從할수 있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자아字我는 이렇게 고쳐보겠습니다.
從을 살필 일이 있으면 五陰인 경우에는 좀 자세히 따져보고, 五陽인 경우에는 크게 신경쓸 일이 아니며, 특히나 丙火의 경우에는 아예 신경 쓸 일이 없다고 말입니다.
陽의 기운은 자기를 지키려 함이며 쉽게 변절하지 않음이기 때문입니다.

옛날옛적에 학생데모가 한창이던 시절에 젊은 혈기(陽氣 충만한)의 학생들이 소리치며 거리를 누비던 구호가 생각납니다.
'무릎꿇고 살기보다 서서죽기 원한단다 우리들은 정의파다'
아마도 陽의 기운은 이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자아字我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