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숙성하면 그 맛이 깊고 그윽해진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아예 못쓰게 되기도 한다.
숙성에도 바른 길이 있으며 그 程度가 있다.

1. 고기의 경우를 예로 들면 소고기는 -0.5도(섭씨)에서 10일 정도, 돼지고기는 0.5도(섭씨)에서 15일 정도를 숙성시키면 사후경직이 풀리고 글리코겐이 젖산으로 변하여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난다.

2.햇고구마도 캐낸지 2~3일이 자나면 맛이 좋아지고, 요즘 인기가 있는 호박 고구마도 겨울이 깊어 갈수록 맛이 좋아진다. 또한 귤이나 키위도 숙성하면 맛이 좋아진다.

3.소주도 숙성이 필요하고 와인도 숙성할수록 고급품이 된다.

4.김치는 숙성의 결정판이다. 유산균이 자기분해를 하고 시간이 지나면 효모가 늘어나서 마침내는 묵은지가 되는데 그 깊고 그윽한 맛이란 어찌 설명할 방법이 없다.

5.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선하고 탱글탱글한 생선회를 좋아하지만 정작 회의 본고장인 일본 사람들은 숙석시켜서 부드러워진 생선회를 좋아한단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 과정을 숙성이라 해야 하나.

자아字我가 생각한 인간의 숙성과정은 이렇다.
1.나만 알고 있는 단계이다-남을 전혀 알지 못하고 나만을 알고 있으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도 제대로 모르는 단계이다. 이런 사람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2.너를 알아가는 단계이다-나 아닌 남에게 관심을 보이는 과정이다. 이 세상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다. 남을 알기 시작하면서 점차로 진정한 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3.나도 알고 너도 아는 단계이다-너를 제대로 알고나니 그때에서야 비로소 나의 참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때에 남의 모습에만 갇히게 되면 위 2의 단계에만 머물게 되고, 남의 모습에서 나를 보게 되면 3의 단계를 맞게 된다.

어떤이는 1에만 머물러 있기도 하고
어떤이는 2까지 가서 머물기도 하고
어떤이는 다행스럽게도 3까지 도달하기도 하고
어떤이는 2를 생략하고 1에서 직접 3으로 건너 뛰기도 할 것이다.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가？

자아字我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