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속에 숨어 있는 것
그래서 속마음이라 한다.
독심술의 경지가 아니고서는
가만히 누워서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않는 사람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방법이 없다.

말과 행동은 이러한 속마음을 피어내는 수단
글도 있다 하겠으나 이는 말과 행동의 혼합된 형태일 뿐이다.
마음이 입을 통해 나오면 말이 되고
마음이 온 몸으로 피어 나오면 행동이 된다.

뿌리가 같은 하나의 속마음이라 할지라도
이를 피어내는 길이 다르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어떤 사람은 마음과 말과 행동이 제각각 다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마음과 말은 같은데 행동이 다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마음과 행동은 같은데 말이 다르기도 하다.
‘마음’과 ‘말’과 ‘행동’을 각각의 주체로 보면 제각각 제 잘난 맛에 살려고 하니 그런 일이 생긴다.
이를 제멋대로 놔 버리면 언행이 다르게 되고
적당히 통제하면 언행이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가 있다.

믿음은 ‘信’이다(오행으로는 土이다).
信은 가운데에 위치하며 상하, 전후좌우를 규제하고 조절하며 원만하게 해결해주는 재주가 있다.
서울에는 보信각이 있다.
동서남북에는 각각 4대문과 4소문이 있고 가운데에 보信각이 있다.
이렇게 위치시켜 놓은 것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믿음의 종소리를 전하려는 의도가 있다.
곧 사방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을 가운데에서 적당히 조절하여 원만한 사회를 이루고져 함에 그 뜻이 있다.

우리는 언행이 같은 사람을 믿음이 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실은 마음과 말과 행동이 같은 것이어야 하지만, 그래도 말과 행동이 같으면 마음도 같은 것으로 인정해 준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으면 믿음이 사라지게 되고, 믿음이 깨진 다음에는 잘못되고 엉클어진 것을 조절해주는 기능을 잃게 된다.
조절해주는 기운이 없으니 한 번 잘못된 것은 회복할수가 없다.
信은 좋고 나쁜 것이 한곳으로 치우치는 것을 적당히 조절해주는 것이니 우선는 엎어지지 않게 하고, 한 번 엎어진 것은 바로 일어서게 하는 기운이다.

그러니 信(믿음)이 깨지면 되는 일이 없다.
한번 信을 잃고 그 信을 다시 되찾는데는 너무나 많은 댓가가 필요하다.
시간도 그만큼 오래 걸린다.
信은 이만큼 중요하다.
특히 세상이 힘들어질수록 信은 그 빛을 크게 발한다.

信이 없기 때문에 엎어져서 회복이 불가능한 것은 信을 얻어 회복하는 길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信은 상대가 갖는 것이지만 그것을 갖게하는 것은 내쪽이다.
그런데 信이 이토록 중요하다고 해서 그 信을 가꾸는 일이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니다.
마음과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지극히 단순한 것만으로도 믿음의 싹은 너무나 훌륭하게 잘도 자란다.

올해는 나부터도 마음과 말과 행동을 좀더 일치시켜서 信의 크기를 늘려야겠다.
지금까지 본의 아니게 信을 잃은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들을 고치려는 노력도 해야겠다.
信(믿음)에는 주변의 험난하고 어려운 일들을 자연스럽게 자기 정화의 과정으로 순화시키고 아무리 힘든 일도 원만하게 조절해주는 묘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믿는데 무엇을 가릴것인가？

세계를 뒤덮는 경제한파 속에서
信의 역할이 더욱 돋보이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자아字我 최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