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이란 '잊어버리는 것' 입니다.

사람이 살다가 보면 꼭 잊고 싶은데 잊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잊혀질까봐 두려운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까맣게 잊어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잊혀진 일 때문에 괴로워 하고, 어떤 사람은 잊어야 하는데도 잊혀지지 않아서 마음 아파합니다.
세상만사 일상사가 모두 이와 같겠지만 유달리 연인관계에서는 망각이란 것이 더욱 두드러진 여운을 남깁니다.
한때는 사랑했던 연인이지만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헤어져야 하는 사람에게는 특히나 더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잊는다는 말은 망각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망각'이란 말이 참으로 묘합니다.
'잊어야지' 할수록 새록새록 더욱 또렷하게 살아납니다.
가만히 있으면 잘도 잊혀지는데 '잊어야지' 하면 할수록 잊혀지지를 않는 것이지요.

자아字我는 아주 오래전(중학교 때로 기억)에 소설 하나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일본 사람이 쓴 소설인데 제목도 생각이 나지 않고 누가 지었는지도 기억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용중에 남자 주인공이 울부짖으며 중얼거리던 이 말 만큼은 너무나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망각'이란 잊어버리는 것
잊을수 없어
'망각'을 맹세하는 마음의 슬픔이여!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고 '이젠 잊어야지'하고 마음으로는 골백번을 망각, 망각했는데도 잊혀지지 않으니 너 '망각'이란 놈은 도대체 어떤 놈이냐？
오히려 너 때문에 나는 잊을수가 없으니 너는 나를 슬프게 하는 나쁜 놈이구나.
주인공의 절규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잊혀지지 않아서 가슴 태워보는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도 내 마음에 그의 존재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잊혀지지 않는 그런 흔적이라면 잊으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소중한 추억으로 보듬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그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 다른 이가 자리를 잡게 되고 잊혀지지 않던 일도 자연스럽게 잊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잊어버리는 것도 잊혀지지 않는 것도 모두가 나에게는 도움을 주는 소중한 것 들입니다.

자아字我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