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대 꽃무릇 군락지인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 고창 선운사의 꽃무릇 축제가 하필이면 추석연휴와 겹치게 되니 길이 막힐까봐 구경가는 것을 포기하고 추석연휴를 보내고 있다가 괜한 마음에 뭔가 허전함이 밀려와 말 그대로 상사병이 날 지경이니 막힐 때는 막히더라도 볼 것은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용감하게 길을 떠났다.

꽃무릇은 봄철에 파랗게 돋아 나왔던 무릇 이파리가 여름을 넘기면서 스러지고나면 맨 땅에서 꽃대가 길게 나와서 빨간 꽃을 피우는데,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를 못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여 빨갛게 토해내듯 피어나니 이를 '상사화'라고도 한다.

가장 좋은 구경거리는 불갑사에서 용천사에 이르는 산 길인데 걸어서 4시간 30분정도의 거리라 하니 그렇게 까지는 하지 못하고 선운사와 불갑사의 꽃무릇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용감하게 길을 떠난 나그네를 꽃무릇이 반갑게 맞이해 주니 기쁜 마음으로 꽃과 내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돌아왔다.

이파리는 어데 두고 꽃만 홀로 피어서 영원히 만날수 없는 님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얼마나 지극하면 저토록 길게 목을 빼고 핏 빛의 빨간 꽃을 토해 낼까를 생각하면서 자아字我는 저절로 자작시 한수를 읊어 본다.

싸웠냐 토라졌냐 짝을 어이 잃었느냐
네 짝은 어디 두고 너만 홀로 피었느냐
다정도 병인듯 하니 어서 마음 돌려라

있으라 잡을려도 이미 떠난 그리운 님
목빼고 둘러봐도 그림자도 안 뵈는 님
평생에 그리운 정만 핏 빛으로 물들더라

살펴도 뵈지않고 기둘려도 오지 않네
숯검댕 타는 가슴 애처럽기 한량없네
때늦은 화해의 손길 무슨 소용 있으랴

자아字我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