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出嫁外人'은 시집간 딸은 친정과는 남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여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서운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요즘에도 이 '출가외인'이란 말을 잘못 사용해서 시집 간 딸과 친정 식구 혹은 며느리와 시댁 식구 사이에 섭섭한 감정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인터넷에 '출가외인'을 검색해 보니 부정적인 의미의 글 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여자의 존재를 무시하는 부정적인 의미 뿐인가 아니면 다소 긍정적인 의미는 없는가？
자아字我는 '출가외인'이란 말 속에서 너무나 인간적이고 속 깊은 정이 숨어 있슴을 본다.
오히려 이 속 깊은 정이 이 말의 본질이란 생각까지 하게 된다.

우리는 학교 때문이었든 직장 때문이었든 자식이 멀리 떠나갈 때엔 흔히 '집 걱정은 말고 네 몸이나 건강하게 잘 지내거라'하고 당부한다.
쉽게 오고가고 쉽게 전화라도 해서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요즘에도 멀리 떠나는 자식에 대한 배려가 이와 같다.
고려시대에는 남자가 여자 집으로 장가가기도 했다지만 조선시대가 되면서 여자가 남자 집으로 시집가게 되고 어느날 갑자기 졸지에 부모들이 짝 지어 준 남편과 모든 것이 낯선 시댁에서의 힘들고 어려운 삶은 그 정도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친정이 그리웁고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곳이 친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지금과 같이 전화라도 쉽게 하고 한두 시간 만에 다녀올 수도 없으니 마음 속 그리움만 하늘을 찌를 것이다.
가슴 속에 그리움을 가두고 쉽게 펼치지를 못하니 병이 될 수도 있다.

이럴 때에 가장 좋은 처방은 무엇인가？
친정을 잊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시댁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다.
시집 올 때에 친정 부모가 해준 말 '너는 이제부터는 출가외인이니 친정과는 남이니라. 올 생각도 말고 마음 속에 담아두지도 말라'는 말은 참으로 정나미가 떨어지는 말이다.
기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기대어 볼 여지가 없다.
기댈 곳이 없으니 극단적으로 보면 죽어 없어지든가 오기로 살아 남든가 해야 하는데 모든 생명체의 본성은 살아 남는 것에 있으니 쉽게 죽을수도 없다.
마침내 정나미가 떨어지니 친정을 쉽게 잊을수가 있고 시댁에 쉽게 적응할 수가 있는 힘과 오기가 생긴다.
그 오기는 굳세고 단단한 뿌리가 되어 내리고 새로운 가정에 푸르고 울창한 숲을 가꾼다.

떠나 보내는 딸 자식을 앞에 놓고 '너는 이제부터는 출가외인이야'하고 절교에 가까운 말을 하는 부모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이다.
그러나 돌아서서는 눈물을 훔칠지언정 '앞으로 네가 살아가는 것이 결코 만만치가 않으니 친정 걱정일랑 하지말고 너 살 궁리나 하려므나'는 말은 부드럽게 해서 될 일이 아니니 정나미가 떨어지는 강한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즉 속으로 울며 말하는 친정 부모와 겉으로 정나미가 떨어지게 듣는 딸의 관계에서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이런 속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만을 가지고 사람의 속을 뒤집어 놓는 것도 문제다.
지나친 관심이 참견과 간섭이란 말과 서로 어우러진다든가, 친정을 너무 자주 들락거리는 모습 속에서 '출가외인'을 잘 못 쓰면 서로 간에 상처가 된다.
요즘은 서로 오고가기도 쉽고 소식 듣기도 쉬운 시대이니 '출가외인'이란 말이 당치도 않은 말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속 뜻을 이해하면 요즘도 여전히 '출가외인'은 유효하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마음은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자식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강한 말이 되어 정나미가 떨어지는 말까지는 필요하지 않으며 공부하러 부모 곁을 떠나는 자식에게 해 주듯이 그냥 가볍게 '엄마 아빠 걱정일랑 말고 너희들 몸 건강하게 잘 살아라' 정도의 말로도 충분할 것 같다.
아들이건 딸이건 부모곁을 떠나거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자식 모두에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에 맞는 '出嫁外人'은 '出家外人'이어야 한다.

자식이 잘 사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한없이 즐거우며 그런 자식이 여력이라도 있어서 부모를 챙겨주고 관심을 보이면 더더욱 좋다.

자아字我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