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들을 한다.
인간은 먹기위해서 사는가 아니면 살기 위해서 먹는가를.
누구도 선뜻 답하기 어려운 이 문제를 자아字我가 잠시 생각해 보았다.

답은 '인간은 먹기 위해서 사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그러니 '인간도 살기 위해서 먹는 존재'이기를 바라는 황당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모두가 한결같이 살기 위해서 먹는다.
먹지 않으면 생명을 부지할 수가 없고 곧 죽게 된다. 따라서 죽지 않으려면 먹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인간이라고 다를바 없다.
인간도 먹지 않으면 죽는 것이며 살기 위해서 먹어야하는 존재임엔 모두가 같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먹는다'는 단순한 현상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의 '먹는다'는 현상과 인간의 '먹는다'는 현상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것은 '가공하여 먹는다'이다.
인간을 제외한 어떤 생명체도 가공하여 먹지 않는다. 가축들은 가공된 먹이을 먹고 있지만 그것은 인간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가공하여 먹이는 것이지 그들 스스로 가공하여 먹는 것이 아니다.
인간만이 음식을 가공하여 먹는다.
그냥 먹어도 살 수 있는데 이처럼 '가공하여 먹는다'는 말에는 '먹기 위해서'라는 속뜻이 숨어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가공하여 먹는가？

그것은 '맛'을 탐하기 때문이며, 각자의 입맛에 맞추어 먹을 줄 알기 때문이다.
먹을거리를 제 입맛에 맞추어 가공하여 먹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일반 생명체는 먹이 사슬에서 쉽게 구할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만 있을 뿐 자연 그대로 먹으며, 그 종류별로 먹고 사는 것이 거의 비슷하지만 인간은 그렇지가 않다.
크게는 동서양이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고, 작게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가 다르고, 더 작게는 집안마다 그 종류와 손맛이 다르다.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만들어내는 음식이 제각각이다.
즉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내가 만들어 먹는다는 사실이다.
내가 만들수가 없으면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심지어는 나라안에서 음식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좀더 여유있으면 세계로 음식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즉 식도락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도 먹지않으면 죽는 생명체이니 '살기 위해서 먹는다'는 큰 본질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 나서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 '먹기 위해 사는 노력'도 할 줄 아는 동물이다.
그저 배고프면 쌀도 먹고, 팥도 먹고, 굼벵이도 먹고, 날생선 날고기 무엇이든지 쉽게 먹을수 있는 사람은 살기위해 먹는 사람일 수 있다. 원시인의 삶과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패잔병이 되어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남은 삶이 그럴수 있다. 그러나 '무슨 맛으로 그렇게 먹어' 혹은 '나는 그렇게 먹고는 못살아' 등의 말을 하는 사람은 단순히 '살기 위해서 먹는다'라고만 볼 수 없다.

원시인의 단계를 지나서 점점 문명화 하면 할수록 '인간도 살기 위해서 먹는 동물'의 정도를 벗어나서 '먹기 위해서 사는 유일한 동물'쪽으로 그 정도를 점점 심화시켜 왔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요리의 종류가 생겼고 그를 뒷받침하는 요리산업의 발전이 있었으며 앞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될 것이다.
'먹기 위해 사는 존재'의 의미가 강화될수록 그만큼 낭비되는 것이 많아지고 세상(우리의 터전인 지구)은 헐벗고 황폐화 될 것이다.
'가공한다'는 것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낭비되는 것이 너무나 많다.
2007년 한햇동안 생수용 펫트병이 8.2억병 사용되었고 이 펫트병을 만드는데 사용된 원유가 27만배렬이라 하니 다른 것들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언젠가 온전히 '인간이 먹기 위해서 사는 존재'가 되는 날 이 지구는 완전히 빈껍데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쯤엔 '인간은 먹기 위해서 사는 유일한 생명체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점점 시들어 가는 지구를 살리는 일은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겠지만, 자아字我의 처방은 조금은 어렵고도 황당하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인간도 온전히 '살기 위해서 먹는 동물이어야 한다' 이다.
가공한다는 과정에 너무나 많은 낭비가 있다.
맛을 탐닉하지 않아야 하고, 맛을 잃어야 하고, 맛을 찾아 나서지 말아야 한다.
당장 나부터도 완전히 그럴 자신이 없긴 하지만, 인간도 자연 그대로 먹고 살아갈수만 있다면 반드시 지구는 되살아날 것만 같다.
그렇게 되면 '사는 맛이 없다'고 하겠지만 결국 그 '사는 맛'이란 것이 '먹기위해 사는'을 대변하는 말이다.

자아字我는 오래 전부터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밖에 나가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라 해도 집안에서는 가급적이면 가공의 과정을 단순화하고, 음식의 종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그 양도 남들 기준으로 하면 많이 적은 양이다.
애초에 지구를 살리겠다는 거창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천성적으로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살다 보니까 그리 되었다.
우연한 일이 지구의 부담을 눈꼽만큼이라도 덜어주고 있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다.

식습관을 단순화하라. 그리하면 지구가 조금 더 견딜수 있을 것이다.


자아字我 적음.